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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적절한 나아감과 물러남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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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구본부장 댓글 0건 조회 646회 작성일 18-10-0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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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적절한 나아감과 물러남의 미학​​​​

 

​​매일신문 배포 2018-09-27 11:04:05 | 수정 2018-09-27 22: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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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살롱 드 메이페어 대표

중국 남북조 시대에 \\'장승요\\'라는 인물은 안락사라는 절의 주지 스님의 부탁으로 벽화를 그렸다. 구름을 가르며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같이 꿈틀거리는 몸통과 단단해 보이는 비늘, 날카롭게 뻗은 발톱이 그려진 그야말로 생동감 넘치는 용 그림이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용의 눈에 눈동자가 빠져 있었다. 사람들은 용의 눈동자를 그려넣으라고 요구했고, 장승요는 성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눈동자를 그렸다. 그 순간 용은 용솟음치며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마지막 점 하나로 그림속의 용은 실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중국 고사에 나오는 \\'화룡점정\\'에 대한 이야기다. 그냥 두어도 완벽할 것 같지만 무언가 하나만 더한다면, 더 이상 건드릴 것이 없는 최고의 걸작이 된다는 의미이다.

이지선 살롱 드 메이페어 대표
이지선 살롱 드 메이페어 대표 
   

영화든 소설이든 역시 끝(마무리)이 좋아야 기억에 오래 남는 법이다. 그래서 관객들은 어떤 작품이든 끝이 허무하면, 뭔가 허전하면서 공연히 시간만 낭비했다는 평가를 하게 된다. 삶에 있어서도 고진감래(고생 끝에 즐거움이 있다)하면서, 정상에 올라가는 것 못지 않게 명예롭게 내려올 줄 아는 것도 인생의 긴 여정에 화룡점정을 찍는 순간일 것이다.

영원함이란 없는 것이 우주만물의 이치인데, 평생 지속되는 청춘이나 성공을 바라는 인간의 욕구는 어차피 불가능하다. 단지, \\'자신만은 영원하리라\\'는 착각을 하고, 욕심에 얽매여 물러남을 거부하다 결국 화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적절할 때 물러나는 것을 \\'호둔\\'(好遯)이라고 한다. 군자는 호둔하기에 명예롭고 아름답다 하였는데, 소인은 그렇치 못하고 물러나기를 거부하다 추하게 된다고 했다. 또한 물러남의 시기가 적절하지 못하면, 오히려 그동안 쌓은 공적과 명예가 빛을 발하지 못한다.

세계에서 가장 검소한 지도자로 불리던 우루과이 호세무히카 대통령은 성공적인 경제성장 뿐 아니라 소통과 믿음의 리더십으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그가 퇴임할 무렵 지지율이 무려 63%나 되었고, 국민의 간곡한 연임의 청을 뿌리치고 취임식 때 몰고 왔던 28년 된 낡은 자동차로 다시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갔다.

누군가로부터 칭송받고 인기가 높아지면, 그 자리에 오래 머물러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은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한 법이니, 항상 지나침을 경계해야 한다. 시작보다 어려운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며, 나아감보다 더 힘든 것이 물러남이라 했다. 물러남에는 용기있는 결단이 필요하고, 시기를 놓치면 매사가 작아진다. 대나무는 마디가 있어 옹골차게 높이 자라듯, 우리의 인생도 적절한 나아감과 물러남이 있을 때 화룡점정의 기회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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