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칼럼

대머리 예찬 '독두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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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705회 작성일 19-09-2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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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살롱 드 메이페어 대표
전두환 정부가 들어설 즈음 '독두회'라는 이름의 모임이 매스컴에 소개되면서,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은 적이 있었다. 한자의 대머리 '독'(禿)과 머리 '두'(頭)를 사용하여 '머리숱이 적은 대머리들의 모임'이었는데, 대머리가 약간은 속된 표현이라 '독두대감'이라는 별칭을 쓰기도 했다.

 

우습기는 하지만 당시 입회 희망자들이 많이 몰려 성황을 이뤘고, 벗겨진 머리가 가로 13cm, 세로 12cm의 심사기준을 통과해야 정식회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세월이 오래되어 근거가 불명확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의 동호회 모임이었던 것만은 틀림이 없다.

더불어 한 때는 머리가 벗겨진 것이 부의 상징이기도 했다. 누군가의 말을 빌리자면 인류의 반은 대머리라고도 했다.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인간은 누구나 대머리가 될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배우인 브루스 윌리스, 숀 코넬리, 스포츠 스타인 마이클 조던(농구)과 지네딘 지단(축구),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 역시 탈모가 더 당당한 유명 톱스타들이다.

한국인들의 경우는 서양과는 다르게 모발에 극히 예민한 것은 사실이다. 탈모를 숨기고 결혼한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할 생각이라는 여성과 친구의 대머리 놀림에 화가 난 살인청부, 대중교통 이용시에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 의자에 않지 못하는 우리나라 탈모인들의 웃지 못할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이는 분명 문화의 차이가 큰 원인인 것은 분명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머리를 보기에 좋지 않다는 약점으로 생각하지만 서양에서는 대머리가 총명한 이미지와 특별함으로 인정된다. 영어로 대머리를 2가지로 분류하자면, 'Bald'와 'Egghead'로 나뉜다. 'Bald'는 머리가 벗겨진 상태나 사람을 의미하고, 'Egghead'는 머리카락이 없음과 인텔리한 사람 모두를 뜻한다.

195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스티븐슨은 대머리였다. 그는 똑똑하고 명석한 인텔리 이미지를 가진 지식인의 상징이었는데, 어느 칼럼니스트는 그를 'Egghead'라 부르며 칼럼에서 "모든 지식인은 스티븐슨을 사랑한다"라고 적기도 했다. 이후 'Egghead'라는 단어는 지성적으로 부각되면서 리더와 권위, 영향력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표현됐다.

밤 기운이 서늘해지는 입추와 한창 더운 말복이 지나면서, 곧 가을을 맞이하면 머리카락도 더 많이 빠진다. 한 움큼씩 빠지는 머리카락에 서러위하고, 떨어지는 낙엽을 맞는 기분처럼 슬픔을 느낄 것이다. 이처럼 머리숱과 낙엽 타령하는 것도 어쩜 뭔가를 갈구하는 인간의 욕망일지도 모른다.

남성으로서 여성에게 관심받고 싶은 마음, 타인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우월감,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는 내 마음의 고집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누구든 맨머리의 결핍만 본다면 상대의 지성을 알지 못할 것이고, 스스로 수신하고 있다면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낼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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