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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추석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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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93회 작성일 19-09-2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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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살롱 드 메이페어 대표

유난히 푹푹 쪘던 여름 날씨가 9월 들면서 거짓말처럼 선선해져 간다. 그러면서 갑자기 가을이란 단어가 생각나고 가진 것이 없어도 풍요롭게 느껴지는 추석이 다가왔다. 알차게 익었을 곡식과 과일의 추수에서 오는 수확의 기쁨도 크겠지만, 물질적인 가득함과는 또 다른 풍요로움이 추석에는 깃들어 있다.

   

우리나라 고유 명절인 한가위라 불리는 추석은 가을 중에서도 달빛이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날이라 하여 '중추지월'이라 불리기도 한다. 고대사회에 있어 달은 매일 자신의 모습을 바꾸어 한 달에 한 번은 보름달로 어두운 밤을 환하게 밝혀 공포와 두려움을 없애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특히 우리 조상들은 여인의 다산을 달의 정기로부터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영화 '씨받이'를 보면 아들 자손을 낳게 해달라고 보름날 달을 보고 숨을 크게 들이키길 아홉차례, 81번 기통(氣通)시키는 흡월정(吸月情)을 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한다.

우리 민족은 농사를 지으며, 풍요와 다산을 기원한 농경민족이기 때문에 달을 신성시 했을 것이다. 때문에 1년 보름달 중 가장 큰 보름달이 뜨는 음력 8월15일을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으로 지내는 것도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추석이 다가오는 절기가 되면 어김없이 밤낮으로 날씨가 쌀쌀해져, 사람들은 서서히 가을옷으로 갈아입는다. 오래 입으라고 제 몸보다 훨씬 큰 옷을 사주신 부모님께 불평 한마디 없이 팔소매와 바지단을 접고, 벗겨지는 새 신을 신고 커다란 사과와 배를 주머니에 넣고 손에는 송편을 들고 다녔던 추석날을 기억한다.

달력에 빨간 날이라고는 며칠 없었던 시절 추석은 내 기억에 왜 그리 기다려지던 날이었는지, 눈을 처음 보는 강아지처럼 팔짝팔짝 뛰어다녔던 모습이 아련하다.

추석을 맞이할 때 항상 생각나는 것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다. 고향은 내 과거가 있던 곳, 정든 곳, 마음이 쉽게 떠나지 않는 소중한 공간이다. 그곳의 하늘 아래에는 흰 구름이 둥둥 떠다니며, 그리운 어머님의 얼굴이 구름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나타났다가 없어지고 없어졌다가 다시 나타난다. 이렇듯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고전음악 만큼이나 우리의 영혼과 정신을 맑게 해준다. 비록 지금은 아스팔트로 포장이 되고 개울이 복개되어 큰길이 났지만, 그래도 그곳에 가면 뭔지 모를 힘이 나고 세상과 맞설 자신감이 차오른다.

요즘처럼 경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고향에 대해 무덤덤해질 때, 꽉 찬 보름달처럼 넉넉한 마음으로 차례를 지내고 음식을 나눠먹고 놀이를 즐기는 즐거운 한가위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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